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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와이프의 할머니 휴대폰 바꿔드린 썰

M
카찾사 실장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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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와이프 할머니의 휴대폰을 바꿔드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부부가 중x나라에서 깨끗한 중고폰을 구매해서

할머니에게 그 돈을 돌려받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가난한 흙수저 집안이었고

둘 다 조부모님 손에 키워졌으며

아등바등 돈을 모으고

결혼식도 없이 그렇게 결혼했다.


퇴근 후 직거래로 휴대폰을 구매하였고

그걸 손에 들고 할머니 집으로 갔다.

평소 일찍 주무시던 와이프의 할아버지는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무거운 눈꺼풀을 참고계셨고

할머니는 김밥 10줄과 불고기, 챙겨줄 반찬들을 준비하고 계셨다.


김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에게

애들 휴대폰 사온 값 얼른 주라고 하셨다.


순간 목이 막혔다.

휴대폰은 그냥 저희가 사드릴게요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내뱉지 못했다.

와이프도 나랑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고개만 떨군 채 김밥만 먹고 있었다.

고작 25만원이었다.


결혼 1년 동안 매달이 빠듯했다.

빚은 산더미 같고

여러 할부도 열 달이 넘게 남았다.

우리 부부가 서로 돈돈거리며 신세한탄 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턱끝까지 차올랐던 말은 김밥과 함께 삼켜버렸고

우린 그 25만원을 받았다.


할머니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이런저런 설정을 마치고

집에 가려고 일어섰더니 할머니가 남은 김밥과 밑반찬을 잔뜩 챙겨주셨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다.

우린 빈손으로 가서 두 손 가득 무언갈 받아왔다.

현관문을 나서는 두 손이 무거운만큼 마음도 무거웠다.

감사하기만 했던 지난날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차에 올라탄 나는 시동을 걸기도 전에

내 감정을 얘기했다.

내뱉고 싶었던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한 그 얘기를

차에 올라타고서야 내뱉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던가

역시나 와이프도 똑같은 마음이었단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 내가 얘기했다.

"그럼 우리 이번달 조금 빠듯하더라도 이 돈 다시 드리고 올까?"


와이프는 잠깐의 고민 후 얘기했다.

"그냥 집에 가자, 우리 할머니는 이 돈 다시 드려도 안 받으려고 할거야.

다음에 용돈을 챙겨드리거나 약 주문해드릴때

그때 이 돈으로 해드리자."


손녀사위인 내가 생각해도

돌려드린다고 받을 할머니가 아니었다.

무거운 마음만 가진 채 그렇게 출발했다.


그러다 옆에서 와이프가 되새기듯 말한

다음에 할머니 드시는 영양제 이 돈으로 사드리자 이 말에 가슴이 쿵 떨어졌다.


다음은 없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장 바닥에서 오뎅을

팔며 날 키워주신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장 많이 했던 후회


다음에 갈게, 다음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그 수많은 다음들이 쌓여 후회가 됐고

그 후회들은 시간이 지나 옅어졌나 싶다가도

문득 찾아와 날 죄인으로 만들었다.


내 와이프는 그런 후회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 그날 그렇게 하길 잘했다는 추억이 남길 바랬다.


힘들게 와이프를 설득시키고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드릴게 있었는데 깜빡해서 차 돌려서 가고 있으니

주무시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머니는 눈치를 채신 건지

다음에 주면되지 피곤할텐데 그냥 가라고 하셨다.

이미 차돌려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러고선 전화를 끊었다.


다시 도착한 집 앞에서 와이프는 차에 있을테니

나더러 전해드리고 오라고 했다.

이유는 따로 묻지도,말하지도 않았지만

마음은 짐작이 갔다.

할머니를 보면 눈물을 참을수없을것이라


차에 있던 곰돌이 편지봉투에

25만원을 담아 집에 올라가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다.


한사코 거절하시며 안 받으시려는 할머니 손을 잡고

맛있는 밥 얻어먹으러 자주 올 거니까 밥값이라 생각하고 받아달라고 얘기했다.

더 이상의 거절은 의미가 없음을 담아 얘기했다.


그 돈은 차에서 우리 부부의 마음이 같았다는걸 확인한순간 이미 우리부부의 손을 떠난 돈이었다.


할머니께서는 봉투를 손에 쥔 채 현관문앞에 서 계셨다.

적어도 내가 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가던 순간까지

문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서 계셨다.


할머니에게 무거운 돈을 쥐어드린채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와이프는 창밖을 보고있었고

잘 전해드리고 왔다는 말만 던지고서 집으로 출발했다.


약간은 무거운 분위기의 차 안에서

나는 이번 달 간장에 밥 비벼 먹자며 너스레를 떨었고

조용히 있던 와이프는 고맙다고 얘기했던거 같다.

어쩌면 대답이 고마워가 아니었던거 같기도 하지만

마음은 분명 고마워였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집 앞에 도착했고

와이프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몇 개 사서 집에 올라갔다.


우리 부부는 어제 우리할머니 폰을 바꿔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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