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난 초3부터  문학소녀
수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성적 판타지가 있었고
결혼하면 ㅎ흠 요부가 될거라고 
야무진 포부를 꿨지
웬걸 결혼하자마자 임신,출산,육아, 맞벌이..
남편과의 부부관계는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지치고 귀찮은 일이 되었지

그나마도 남편이 원하지 않은 둘째를 낳고부터는
우리는 의리의 부부
끈끈한 가족애로 무장한 채로
살았지

어느 순간부터 침대를 각각 싱글로,
큰아들 군대간 후부터는 각자의 방으로,
적어도 15년은 부부관계는 없었지
사실 그게 편했지
그 흔한 입맞춤도 없었고
길가다 손잡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는 커녕 땀 많은 남편은 고개를 저었지

작년에 아들 둘다 독립한 후
조금씩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지
남편이 좋아하는거, 싫어하는거
가끔 소파에 앉을 때 옆에라도
앉으면 뭘 자꾸만 물어봐
왜 남편이 좋아서 옆에 앉는거야?
간절한 대답을 기다리는 이 늙은 남편에게
당연하지..
라고 얘기했더니 날 잡아 끌면서
나는 당신이 내 옆에 이렇게 오면 설랜다..

그때도 그랬다 뭔 주책?
가족끼리는 이러는거 아닙니다
의미없는 농담

그런데 궁금했다
나이든 남편은 그 오랜동안
성욕이 정말 없어진걸까
아님 내가 싫어하니 참는걸까
물어볼까 했지만
무슨 대답이 나올까 두렵기도 해서
또 무심히 넘겼다

그런데 4월 어느날 토요일 아침,
남편이 내 침대로 들이닥쳤다
그냥 살냄새 맡고 싶어서 왔다고...

갑자기 목이 차올랐다
남편은 잊어버린게 아니었구나
참고 있었던 거구나

기억도 안나는 포옹과 스킨쉽을 했지만
차마 부부관계는 용기가 안났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게로 나왔다

그리고 그 때부터 든 고민
한번은 딱 한번은 저 남편을 
남자로 만들어 주자
혹시라도 스스로 힘으로 안되면
비아그라든 뭐든 사서라도 마지막으로 
한번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자..

그 생각을 하고도 또 한 달을 보냈다
그러다 오월
신혼보다 더 간절하고 격정적인 아침을 보냈다

사실 둘 다 너무 어설퍼서
힘만 들었고
이게 뭔가 웃음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남편은 그럭저럭 남성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남편은 토요일 아침만 기다린다
그게 나를 엄청 즐겁게 하는 일이라 믿는다
우리는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는 걸
이제서야 물어본다
이렇게 하면 어때?
웃음이 나기도 하고 식은 땀이 나기도 하지만
그 시간만큼 남편은
처음 만난 30대로 돌아간 것처럼
요부는 커녕 
부부관계 한번에 몸살을 앓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준다

어느날 우리 부부는 울었다
이게 뭐라고,
그동안 서로를 몰라 주었을까
이렇게 살 부빌 수 있는 유일한 내 사람을
왜 서로 외롭게 했을까,

남편은 몰라보게 씩씩해졌다
아침으로 토마토를 먹으면서
야한 농담도 하고..
남편이 설거지 할 때면
또 내가 엉덩이를 슬쩍 만지면서
내거 잘 있냐고 또 농담을 한다

등산을 하다가,
남편이 히쭉 웃었다 왜,
물어니,
아침일이 생각나서..

마누라 다 늙었는데 뭐가 그리 좋냐고 했더니,
내 살 만져 주면서 
안기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지

우리 부부는 
60을  앞뒤로 살지만
서로에게 최고의 시간을 내어준다
부부에게 주어진 최고의 특권을
늦었고 길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그 특권을
서로에게 준다
그게 부부를 채우는 마지막 퍼즐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