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녀가 되었구먼유(인생 1막 클로징 소감)
4월말에 결혼해서 유부 2주차네요.
다들 결혼하면 어떠냐고 소감을 물어보는데(미혼 친구들이)
솔직히 말하면 별 감흥 없습니다..ㅎㅎ
이미 1년 이상 동거를 해왔고, 결혼식 끝나고도 신혼여행을 바로 가지 않아서일까요?
그냥 비싼 버진로드 잘 걷고 왔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다. <-이 기분입니다ㅋㅋㅋㅋㅋㅋ
이제 호칭이 남자친구에서 남편, 여자친구에서 와이프로 변하긴 했지요.
달라진게 있다면 전보다 애정표현을 더 자주하려 합니다.
뭐랄까, 해탈의 경지라고 해야하나요?
그동안 제 인생은 불만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삶에 행복이란 단어가 너무 드물게 있었거든요.
부모님의 이혼, 정신병 앓던 큰아빠의 방화 이후
실평수 10평 남짓한 빌라에서 살며 가정폭력, 남녀차별, 가스라이팅 등등 온갖 종류의 학대를 당했죠.
(놀랍게도 당시엔 학대라는 자각이 없었습니다, 일상이었기 때문에)
그런 삶에서 자란 저는 사랑을 주고 받는 법을 전혀 배우질 못했어요.
그리고 그 부분은 구남친들에게서 배우고 채워졌습니다.. 고맙다 구남친들아..
아빠에게 들은 "나가, 나가서 몸을 팔든 알아서 살아."라는 말을 듣고 쫓겨나듯 집에서 나왔습니다.
아득바득 살다가 출근도 힘들고, 그냥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잠을 자는 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서야 정신과를 찾아갔어요.
꽤 높은 점수의 우울증을 진단 받았습니다.
제가 우리 할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한년이거든요.
의사 선생님한테 우울증 완치까지 보통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까
잠시 멈칫 하시더니 사람마다 다른데 최소 1년 이상은 걸린다고 대답하시길래
'1년 안에 나아주겠다!'라고 마음 먹었어요.
결론은 단약까지 6~7년 걸렸습니다..ㅎㅎ
그래도 그 마음을 먹어서 6년이어도 단약에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인생에 있어서 많은 시련을 겪고 나니 마인드가 많이 건강해졌어요.
예전에는 비효율적이거나, 상대방이 이해가 안간다거나 하면 이의를 제기해서 싸움이 되거나 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서툴었던거죠. 몸은 성인인데 생각과 마음이 많이 어렸어요.
지금은 다 뜻이 있겠거니.. 스트레스를 잘 안받습니다.
그냥 내가 숨 쉬고 있고, 팔다리가 멀쩡한 것에 행복하고 감사한 요즘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초코 다이제를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전세지만 힘들어도 두 다리 뻗고 코골며 자는 공간이 있고,
외식 한 두번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나를 믿어주고 계속 잡아준 신랑에게 너무 고마워요.
맑은 날은 덥다고 싫어하고, 비오면 꿉꿉하다고 싫어하던 나를 어찌 그리 품어줬는지.
나중에 남녀간의 사랑이 없어진다해도 사람대 사람으로의 의리는 꼭 지키자고 다짐합니다.
행복과 불행은 외부가 아니라 내 내부에 있습니다.
내 감정은 내가 정하는 것이고, 누구도 나를 망칠 순 없어요.
이런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다른 사람도 사랑하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기엔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30년 정도를 계속 미워해왔더니 슬슬 지치기도 해요.
나쁜 말을 들어도 '저 사람은 자기 감정을 저렇게밖에 표현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그 사람이 밉지 않고 안쓰러워지구요.
안좋은 일들은 쪼렙때 겪었으니 얼마나 좋나요? 아무것도 모를때 겪었잖아요.
또 그러면 웬만한 보스몹도 웃으며 패버릴랍니다ㅋㅋ
사실 힘들때 오유에서 책 4권 정도 도움 받았었어요.
그 값이라 생각하고 사정 될때마다 기부해요.(제 어릴적이 생각나서 그런지 보육원쪽으로 많이 하게 되네용..ㅎㅎ)
그리고 따듯한 댓글들도 많은 힘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타고난 가족복은 없어도 제가 만드는 인복은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다들 미움은 내려놓고 행복하시길.
특히 다른 사람은 미워할지언정 자기 자신은 사랑해주길.
사랑한다 나 자신, 그리고 신랑.
나를 편견없이 예뻐해주시는 우리 시댁분들까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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