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극혐) 광역버스기사 유게이의 운수 X같은 날
혐짤로부터 여러분을 지켜줄 미방
그 날은 막차였다
전날 휴무라 푹 잔 덕인지 컨디션이 좋았다.
막차라서 출근도 아주 늦어 여유롭게 그 날의 첫 식사를 하고 띵가띵가하다가 여유부리며 출근했다.
첫탕은 무난했다. 휴게시간도, 저녁시간도 여유로웠다. 와이프랑 애들이랑 영상통화하고, 든든히 저녁식사를 하고 막탕인 막차 운행을 시작했다.
상행은 무난했다. 막차 상행은 늘 그렇지만 손님이 거의 없다.
여유롭게 회차지점까지 갔는데도 휴게시간도 꽤 나와서 좋았다.
하지만 그 날의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이상하게 손님이 많다. 평일 막차가 이렇게 손님이 많지는 않다...불금이나 주말이면 모를까
손님 많은 건 그럴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게 불운의 징조일 줄이야...
그리고 어떤 아저씨가 탔는데...
카드를 태그위치에 태그하질 않고 운전사 쪽 LCD화면에 대고 찍고 앉아있다.
그러면서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곧 정상적으로 태그한다.
이때 알아챘어야 했다. 이 아저씨는 만취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술냄새도 나지 않았기에 어떻게 거를 방법은 없었고 곧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두 정거장 만에 다급히 내리려 한다. 3000원 내고 타 놓고선 2정거장만 간다?? 이상했다.
"기사양반 여기 XX역이죠?? 내릴게요"
"아뇨 거기 아직 한참 남았어요;; 그 역은 반드시 정차하니까 걱정말고 자리 앉으셔서 한숨 주무세요, 제가 정류장 도착하면 깨워드릴께요"
뻘쭘해진 아저씨는 자리로 돌아갔다.
근데 앉았던 자리가 아닌 것 같다.
기분탓인가...?
갑자기 뽀또 치즈맛 냄새가 어디선가 풍겨왔다.
누가 뽀또 치즈맛을 까서 먹나보다 했다. 차내취식 금지인데...숨겨갖고 오면 방법이 없지...
잡아낼 방법도 없다.
아무튼 계속 운행했고 평일 막차답지 않게 손님이 가득 타서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심지어 종점에 가까워져갈수록 손님이 줄기 마련인데 평소와는 달리 몇 정거장 안 가는데도 탑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보통 그런 분들은 대리기사님들이신데 가끔 한 탕에 한 두명 정도 있는데 오늘은 4명이나 그렇게 타더라
그건 그럴 수 있다.
근데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기사님 수고하세요, 고생하십니다. 이런 인사를 하고 내린다.
평소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인사하며 내리지 않는다. 근데 오늘은 절반 이상이 그렇게 내린다.
난 손님께 깍듯한 친절기사이므로 그 인사들에 화답하며 한 명 한 명 다 하차인사를 해주며 하차시켰다.
그리고 XX역에 이르러 그 아저씨를 꺠우려는데,
응? 또 자리를 옮긴 것 같다??그리고 멀쩡히 깨어있다.
그래서 내가 너스레를 떨으려 하는데 눈도 안 마주치고 내려버린다.
그리고...
갑자기 뽀또 치즈맛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어? 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종점까지 몇 정거장 남지 않았으므로 운행을 속행한다.
새벽 2시, 승객이 많고 고속도로 공사까지 있어서 밀린 바람에 평소보다 10분 넘게 후착했다.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날이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
종점에 이르러 마지막 손님들이 내리는데 하나같이 나에게 연민을 담은 인사를 건넨다.
난 어리둥절했는데, 마지막 남은 여자손님이 내리며 이런 말을 건넨다.
"기사님...ㅠㅠ 수고하셨는데...뒤에 누가 토했나봐요...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인생
ㅆㅂ
여자손님께는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 두려움을 안고 뒤로 가 보았다.
아...
ㅆㅂ...
인생...
(이미지 극혐주의, 모자이크 있지만 주의)
망할...
시트는 가죽이라 그렇다치고 안전밸트 체결부와 프레임까지 싹 조져놨다.
심지어 벤트까지도...
ㅆㅂ
ㅆㅂㅆㅂㅆㅂ
ㅆㅂ
ㅆㅂㅆㅂ...
ㅆㅂ!!!!!!!!!!!!!!!!!!!!!!!
그렇게 새벽2시부터 시작된 청소작업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일단 비닐봉투 하나 구해와서 양동이에 다 토사물 쓸어담고
양동이 다시 헹군다음 물 채워 받아와 손걸레 빨아서 열심히 다 닦았다.
그리고 알콜티슈로 빡빡빡 다 닦았다.
손을 몇 번이나 씻었는지 모르겠다. 망할 토사물 냄새가 손끝에서 가시질 않았다.
앞으론 니트릴장갑 한팩 가방에 넣어두고 다녀야겠다.
근데 냄새가 안빠진다.
역시 저 벤트에 남은 잔여물 때문이다.
의자에 있던 다량의 토사물보다 저 쬐깐하게 남은 저것들이 유독 냄새가 더 강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
솔직히 저기까진 내가 처치불가라고 스스로 단정짓고 그냥 퇴근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첫째로 냄새가 여전히 안빠졌기 때문이고
둘째로 결국 그렇게 되면 다음날 운행할 동료기사님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난 책임을 다해야 했다.
사무실 가서 드라이버를 가져온다.
탈거해서 깨끗하게 물비누로 거품내서 세척했다.
벤트가 달려있던 부분은 알콜티슈로 닦아냈다.
이제 좀 냄새가 덜 나는 것 같다.
그래도 빠지지 않은 냄새는 어쩔 수 없어서 운전석 창문과 앞문 열어놓고 퇴근하며 첫차 기사님께 톡 남겨두었다.
출근하실 때 잠깐 들러서 닫아달라고...
집에 오니 평소 막차 후 귀가시간보다 거의 1시간 반 늦었다.
평소 같으면 안 마시는데, 오늘은 진짜 도저히 안되겠고 어차피 다음날도 오후 늦은 순번이라
맥주 사왔다.
와이프가 사놓은 햄버거랑 같이 먹고 잘란다.
긴 하루였다.
내일은 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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