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친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하셨을 겁니다”

카찾사 실장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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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람&]사람& 광복 80주년 독립유공자 왕산 허위 선생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씨

허 블라디슬라브씨가 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조부 성함 딴 동대문구 왕산로 방문
한국 국적 취득과 특별귀화 기회에도
여전히 국외 거주 그쳐 ‘미완의 귀화’
“통일 이뤄야 진정한 대한독립 완성”

광복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독립유공자 후손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허 블라디슬라브(75)씨는 왕산 허위 의병장의 손자다. 그는 15일 열린 경기도 기념식에 이어 지난 19일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 초청으로 그의 조부를 기리는 왕산로(신설동로터리에서 청량리역 시조사삼거리까지 약 3.2㎞ 구간)를 돌아본 뒤 출국 직전 잠시 짬을 내 서울& 인터뷰에 응했다.

왕산 허위 선생은 대한제국 말기 평리원 서리재판장까지 오른 고위 관료로 을미의병 당시 항일 의병을 소집했다. 을사늑약 이후 전국 각지 의병을 규합한 대표적인 의병장이다. 그는 연천·적성·철원 일대에서 의병을 모아 항일 투쟁을 펼쳤으며 1907년 전국 의병 연합체인 13도창의군을 결성해 서울진공작전을 시도했는데 동대문 30리 밖에서 한성부로 진격하던 그 길목이 지금의 왕산로 일대다. 왕산은 1908년 일제에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당해 순국했다. 정부는 왕산의 공로를 인정해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왕산로는 강남구 도산대로(안창호), 마포구· 용산구 백범로(김구), 서초구 매헌로(윤봉길) 등과 함께 서울에서 보기 드문 독립운동가 인명을 채택한 정식 도로로, 1966년 정식 도로명으로 지정·고시됐다.

“2005년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특별귀화 기회가 열렸습니다. 정착을 위해 한국을 찾아 왕산로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이다보니 무척 감동적이었죠. 이번에 다시 방문하니 초고층 건물도 여러 채 들어서고 더욱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허 블라디슬라브씨는 왕산로 첫 방문 이듬해인 200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할아버지의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제 아버지 바람은 무척 컸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귀환하려고 스탈린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허락을 받아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누이의 사고사로 계획은 무너졌고 곧이어 분단과 전쟁의 소용돌이가 겹치면서 아버지의 귀환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원했던 귀환을 이룬 그는 다음해인 2007년 다시 키르기스스탄으로 되돌아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국어가 서툴러 주변의 도움을 받아 안산의 비겐의료기에 취업했지만 보수 수준이 낮은 일이었습니다. 2년간 고된 일을 이어가다 자원·광물 분야에 밝은 키르기스스탄 현지 전문가를 찾던 한국 기업의 제안을 받게됐죠.” 한국 기업 소속으로 자신의 전공도 살리고 자신이 금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로 일하던 키르기스스탄에 파견 근무 간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배우자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기도 했기에 결국 힘든 한국 정착 노력을 접고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했다. 한국을 오가던 수년간의 파견 근무도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종료되면서 그대로 키르기스스탄에 그는 정착했다. 할아버지는 대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고, 국외를 떠돌던 아버지는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아들은 한국을 오갈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 머물게 돼 독립유공자 집안의 귀환은 미완에 그치게 된 것이다.

조부의 호를 딴 왕산로를 방문한 왕산 허위의 손자 허 블라디슬라브(왼쪽)씨가 이필형 동대문구청장과 셀카를 찍고 있다.

“목숨 바친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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