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에 적어보는 거?식?증? 향수?병? 얘기
20대 후반부터 도쿄에서 약 4년 정도 일하다 왔는데
1년 딱 채우고부터 약간의 향수병이 와서
밥먹기도 귀찮아서 아침,점심밥을 커피로 때우기 시작함
도토루 커피 단골을 넘어서
알바들이 새 알바가 들어오면 인사시켜줄 정도의 사이가 됨
저 때는 그나마 저녁이라도 제대로 챙겨먹었는데
2년차로 넘어갈때쯤에는
아예 정신상태가 맛이 가버려서
그것조차도 귀찮다고 컵라면 하나, 아니면 삶은계란 두세개 이렇게 먹기 시작함
아마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가 500칼로리 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러니 당연히 살이 쭉쭉 빠지다 못해
179cm에 몸무게 52kg을 찍어버리고
한국에서 챙겨간 옷을 싹 버려야만 했음
그러고 일하다가 두세번 쓰러지고
출근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회사에 전화해서 이런 상황인데 좀 쉬었다가 힘 돌아오면 금방 가겠음 이러다가
회사 짤릴 뻔 하기도 함
그러면 이제 제정신인 사람이면
이러면 죽겠구나 밥을 먹어야지 < 여기로 사고가 귀결되는게 정상인데
이미 멘탈이 갈릴대로 갈려있었던 나는
'밥 대신 고칼리로인 무언가를 같이 넣으면 되지 않을까? 고칼로리?'
'아침점심으로 커피 마시고 저녁밥으로 위스키를 마시면 괜찮겠다!' < 이 미친 결론에 도달함
당연히 괜찮지 않았고 위에 구멍날뻔함
그렇게 내장이 죽어가기 시작했는지
매일매일 달라지는 일곱빛깔 똥을 싸대기 시작하고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피부 곳곳에서 피가 터지고
몸무게가 50kg 라인을 돌파하기 직전까지 가니까
그걸 보고 이러다가 얘 해외에서 죽겠다고 판단한 친구들이
한국과자반찬기타등등을 왕창 사다가
그 중 남녀 1명씩을 특사로 바로 다음주에 일본으로 쏴버림
신라면 손흥민 에디션 보니까 2019년때인거 같은데
아무튼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을 보고
김치와 장조림을 먹고 치유됨
그렇게 60kg 정도까진 회복하고
일년쯤 더 있다가 한국 돌아오게 되었고
지금은 돼지돼서 이 옛날얘기를 즐겁게 풀 수 있게 되었음
아마 당시 해외에서 외노자로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없고 해서 자존감이 굉장히 떨어져있었는데
내 삶에 직접 연관되는 취식이라는 부분을 통제하는 것으로
내 인생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걸 확인하려고 한게 아닌가 하고
지금은 막연하게 추측중임
왜냐면 잘 기억나질 않거든 그 때 내 생각이
일본인 친구들도 많이 도와주려고 했었고
회사 사람들도 정말 많이 도와줬지만
한국인은 한국에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귀국하게 되었다는
그냥 그뿐인 이야기임
옛날 생각 오랜만에 한 김에 위스키 한잔 하고 자야지 이제
다들 좋은 밤 보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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