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와이프는 조금 많이 엄한 집에서 자랐다

좋게 말해서 엄한거지 가족의 애정과 유도리가

차별에 가까운 형태로 남동생에게 치우쳐져 있었기에 

암묵적인 남아선호사상의 희생자로 자라 성인이 되어버린

꽤 흔한 케이스의 k 장녀였다  

그 영향으로 와이프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사람으로

남의 비위를 극도로 신경 쓰는 성격이 되어 

감정쓰레기통 역을 떠맡아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았더랬다

결과적으로 와이프는

 자신이 어떤사람인지도 잘 알 수 없게 되어서

혼자 있는 경우엔 말그대로

방전된 로봇마냥 아무것도 하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연애를 지속하려다보니 나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듯 한

전여친의 태도가 조금 이상스럽다는걸 깨달은 나는 

그걸 부수고 싶어졌고 와이프에게 선언하게 된다

"내가 너의 잃어버린 인생을 가득 매꿔주마"

이후부터 프로젝트를 개시하여

나는 어려서 부모님이 안계셨던 영향으로

극한의 자유분방한 어린시절을 겪으며 딜레탕트 기질이 다분한

인간으로 성장했으므로 다방면에 걸쳐서 잡지식이 많았고

그런점을 10분 활용하여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했고

와이프의 삶을 급하게 매꾸기 시작했다

미술관에 찾아가 여러 유명화가들의 그림과 조형물도 감상해보고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명작 소설을 권하며 독서도 해보고

영화관에서 혹은 집에서 수많은 명작들을 보고

공방등을 찾아다니며 이런저런걸 만들어 보기도 했으며

그 외에 즐겨볼만한 취미를 이것저것 권해보며 눈치를 살폈으나

잠시 반짝 관심을 보이긴 했으나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쳐들어 왔고 

이런저런 제약에 걸려 우린 결국 

내 자취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어느날 문득 넷플릭스에 올라온 귀멸의 칼날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걸 할 때에는 본적이 없는

 몰입하는 와이프의 표정을 보며 이거다 싶었던 나는

이런저런 애니를 권해보게 되는데 

와이프가 어릴때 원피스를 보다 말았는데 다시 보고싶다 하여

원피스를 1화부터 정주행 했다

와이프는 행복해 했다. 

이거였다! 

이참에 한 술 더떠서 집근처에 굿즈샵이 있는것을 확인하고

찾아가서 27000원 짜리 몽키d루피 경피를 산것이 화근이 되어...

와이프는 그 길로 완벽하게 편도로

 씁덕행 폭주기관차에 탑승해서

굿즈샵에 가면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배회하는

즘비씁덕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 지갑은 너더루 너더루 해졌지만

와이프는 스스로 "난 행복하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난 그거면 된다고 생각한다